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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시작부터 종족과 악마 설정, 캐릭터 에피소드까지 한곳에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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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에피소드

캐릭터들의 과거와 관계, 그리고 붉은 달의 저주에 맞서 함께하게 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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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와 레오의 이야기도 한국어·일본어·영어로 읽을 수 있습니다.

캐릭터 에피소드 시로 신탁으로 선택받은 빛의 마법사 시로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처음 길을 떠난 이야기. 에피소드 읽기 에피소드 접기

태어나자마자 모두가 그녀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아주 조금 자랐을 무렵 현실이 되었다.

“신께 신탁을 받다니… 대단하구나, 시로!”

그렇게 말하며 그녀—시로의 어머니는 시로를 힘껏 끌어안았다.

겨우 서서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로는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어머니가 무척 기뻐한다는 것만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마법을 연습해도 될 만큼 자란 시로는 우선 무언가를 나오게 해 보고 싶어 어린아이에게 주는 장난감 같은 지팡이를 힘껏 휘둘렀고, 그렇게 빛의 마법을 펼쳐 보였다.

“빛의 마법을…… 역시 시로는 신께 선택받은 아이구나!”

가까이에서 마법 연습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그녀가 우연히 펼친 마법을 보고 기쁜 듯 달려와 그녀를 마구 쓰다듬고 뺨을 비비기 시작했다.

조금 까슬까슬한 수염의 감촉도 기분 좋아서, 시로는 아버지의 뺨에 제 뺨을 맞대어 비볐다.

그로부터 얼마 뒤, 시로는 교회에서 마법 수련을 쌓게 되었다.

빛의 마법은 다루는 이가 특히 드문 마법이라 일반 마법사나 마법학교에서 배우기에는 문턱이 너무 높았다. 오래된 지식과 기록이 남아 있는 교회에서 수녀들과 성직자들의 지도를 받으며 배우는 편이 낫겠다고 주변 사람들이 판단한 결과였다.

시로도 부모님 곁을 떠나는 것이 외로웠지만, 두 분이 자신을 생각해서 내린 결정임을 알았기에 받아들였다.

그렇게 도시의 큰 교회 한쪽, 오늘부터 자신이 지내게 될 방으로 안내된 시로에게 온화해 보이는 수녀 한 명이 찾아왔다. 그녀는 미소 지으며 시로 앞까지 걸어오더니,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몸을 낮췄다.

“어서 오렴. 아버님과 어머님 곁을 떠나 외로울지도 모르지만, 되도록 그렇게 느끼지 않도록 오늘부터 내가 너를 돌보게 되었단다. 잘 부탁해, 시로.”

그러고는 시로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천천히 움직여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감촉이 기분 좋아 시로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뒤로는 마법을 수련하고 여러 가지를 배우며, 수녀들과 성직자들, 이따금 교회에 기도하러 오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날들이 이어졌다.

빛의 마법은 제어하기 어려워 처음에는 꽤 고전했지만, 재능이 있던 시로는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그 힘을 능숙히 다루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기뻐해 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시로는 그 느낌이 무척 좋았다.

그런 나날이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무렵.

하늘이 두껍고 어두운 구름에 뒤덮이고, 붉은 달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무렵.

교회에서 지내는 성직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무래도 악마가 나타나 이곳저곳에서 사람들과 고양이들을 습격하고 있는 듯했다.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을 때, 시로는 아주 어렸을 적 일을 떠올렸다.

어머니가 ‘신탁’을 받은 자신을 보고 무척 기뻐했던 날의 일을.

“시로. 네가 자라면, 곤경에 처한 수많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될 거란다. 그 여행에서 너는 분명 수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을 거야.”

너에게는 그런 힘이 있으니—부디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렴.

무척 다정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그런 말을 들었던 것을 떠올렸다.

시로는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느꼈다.

곤경에 처한 사람들이 아주 많다.

자신의 힘이라면 도울 수 있다.

무엇보다도, 다른 이들이 기뻐하는 얼굴을 보는 것이 좋으니까.

그렇게 시로는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떠나겠다고 알렸을 때, 자신을 돌봐 준 수녀는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시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알겠니, 시로? 네 힘으로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렴.”

크게 고개를 끄덕인 시로는 여행 준비를 마치고 교회를 뒤로했다.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돕기 위해서였다.

“이봐, 시로! 그쪽에는 함정이 있다고 코로가 말했잖아!”

“아, 맞다! 그럼 이쪽인가요?”

“그쪽은 아까 내가 함정을 밟았잖아!”

“……자신만만하게 말할 일은 아니잖아?”

던전이 되어 버린 유적 한구석에서, 시로는 여행길에 만난 동료들과 함정을 돌파하려고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마을 사람의 말에 따르면, 이 유적 근처에서 길을 잃은 행상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내버려 둘 수 없다며 여행의 리더인 유리가 제안해 찾으러 왔지만, 보다시피 일행은 함정 때문에 진땀을 빼고 있었다.

“아, 정말! 이러다 길 잃은 행상인을 찾기도 전에 우리가 여기서 못 나가게 되겠어!”

‘씩씩!’ 하는 소리가 들릴 법한 표정으로 동료 중 한 명인 아카네는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런 그녀를 어이없다는 듯, 한심하다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는 또 한 명의 동료, 대마법사 코로는 침착하게 주변을 살피고 있었지만 역시 단서를 찾지 못한 모양이었다.

“곤란하네요…”

턱에 손을 댄 채 유리가 중얼거렸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함정을 돌파하려 했지만, 공교롭게도 이 파티에는 함정 해제에 능한 사람도, 그런 마법에 특화된 마법사도 없었다. …설령 그런 마법에 능한 이가 있다고 해도, 이토록 함정투성이인 곳에서 하나하나 해제한다면 마력 소모도 만만치 않다. 지금으로서는 그녀들만으로 이 유적을 조사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으으으… 짜증 나기 시작했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두가 그렇게 고민하던 중, 갑자기 아카네가 발작하듯 소리쳤다. 그리고 무슨 생각이었는지, 다음 순간 옆에 있던 벽을 있는 힘껏 후려쳤다. 큰 소리와 함께 벽이 흔들렸다. 아카네도 뒤늦게 충격이 밀려온 듯, 아픈 표정으로 굳어 움직이지 못했다.

—바로 그때였다.

“아카네 씨!”

시로는 반사적으로 아카네에게 손을 뻗었다. 동시에 지팡이에 마력을 불어넣어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아카네의 손을 붙잡는 순간, 벽이 무너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치 먹잇감이 약해지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거대한 해골 모습을 한 악마가 뛰쳐나왔다.

“으아아아앗!? 나왔다아아아악!!!!?”

눈앞으로 다가온 해골의 팔에 붙잡힐 뻔한 아카네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 악마가 아카네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조금 전 시로가 영창하던 마법이 발동했다. 무수한 빛이 쏟아져 내려 악마를 꿰뚫고 정화했다.

악마가 안개처럼 흩어짐과 동시에 방 어딘가에서 철컥… 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방 곳곳에 설치되어 있던 함정이 해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조금 전 악마의 마법 때문에 끝없이 함정이 설치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잘했다, 시로.”

“큰 공을 세웠네요, 시로 씨!”

“고마워, 시로~!!!”

칭찬하며 기뻐하고, 달려들어 뺨을 비비는 모두에게 둘러싸인 시로는 헤헤… 하며 미소 지었다.

이렇게 기뻐해 준다면, 더더욱 열심히 해야지—그렇게 생각하며, 맞대어진 뺨에 자신의 뺨을 살짝 비볐다.

캐릭터 에피소드 레오 대조모 레이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두려움과 맞서는 퇴마사 레오의 용기 이야기. 에피소드 읽기 에피소드 접기

—너는 재능이 있으니, 조금만 더 용기를 내면 분명 무슨 일이든 잘 풀릴 거란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어머니가 줄곧 해오던 말이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퇴마사로서의 실력은 이미 부모와 견줄 정도였던 레오는 그 말의 의미를 뼈저리게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야, 레오! 왜 거기서 도망친 거야! 너 때문에 엄청 고생했잖아!!”

“레오 씨 때문에 아주 고생했잖아요오!!”

“우우… 미안해요, 미안해요!!”

얼굴이 새빨개진 채 화를 내는 아카네와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있는 시로 앞에서, 레오는 그저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수밖에 없었다.

자세히 보니 두 소녀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데다 만신창이였다. 두 사람의 뒤에서는 유리가 회복 마법을 걸어 상처를 치료하는 모습도 보였다.

“정말이지… 작전을 세운 건 레오 본인이잖아? 그런데… ‘쥐 모습을 한 악마’가 나타났다고 도망쳐 버리다니.”

한숨을 내쉬며 뒤에서 기가 막힌다는 듯 걸어온 코로는 치료받고 있는 두 사람에게 갓 짜낸 사과즙이 든 컵을 하나씩 건넸다. 이 세계의 사과에는 상처의 회복을 돕는 효능이 있다.

그녀는,

“뭐, 레오가 쥐를 싫어하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라고 말하며 다시 레오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최근 들어 평소 거점으로 삼고 있는 마을 주변에 악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몇 마리 정도라면 마을 가까이까지 다가오지는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조사해 보니 제법 많은 수가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그대로 방치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레오가 한 가지 작전을 세웠다.

운동 신경이 뛰어나고 민첩한 아카네와 넓은 범위를 공격할 수 있는 빛의 마법을 다루는 시로가 먼저 악마들에게 접근한 뒤, 때를 보아 뒤에 있던 나머지 동료들이 일제히 공격해 단번에 일망타진한다—결코 나쁜 작전은 아니었다.

…지휘를 맡은 레오가 도망치지만 않았더라면.

그렇다. 레오는 작전 도중 도망쳐 버렸다.

그 이유는… 앞서 코로가 말했듯이 【쥐 모습을 한 악마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유리가 순간적인 판단으로 지휘를 이어받은 덕분에 큰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지시가 늦어진 탓에 악마들에게 포위되어 있던 아카네와 시로는 적잖은 공격을 받고 말았다. 그렇게 지금의 상황에 이른 것이다.

『왜 쥐를 무서워하는 거냐? 우리보다 작고 힘도 별로 없다. 무엇보다 우리는 고양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고양이는 쥐를 “사냥하는” 쪽이었어. 두려워할 이유가 어디 있지?』

아주 오래전,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할아버지와 함께 창고를 청소하러 들어갔다가 우연히 나타난 쥐를 보고 겁에 질렸을 때 들었던 말이다.

그때는 함께 있던 여동생 레아가 재빨리 쥐를 붙잡아 어디론가 던져 버렸기에 레오가 그 이상 소란을 피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어릴 때부터 줄곧 이런 식이었다.

왜 자신이 쥐를 싫어하는지는 레오 자신도 잘 몰랐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생리적인 혐오감이라는 것인지도 몰랐다.

설령 그렇다 해도 이번 실수는 용서받을 수 없었고, 적어도 레오 자신만큼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다.

자칫했다면 아카네와 시로가 훨씬 심한 부상을 입었을 수도 있었다. 자신이 쥐가 무섭다는 이유로 도망쳤다는… 그저 그것만으로.

“조금 전의 악마 무리는 수가 꽤 줄었지만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 …이번에는 어떻게 할래?”

다시 뒤에서 나타난 코로가 레오에게도 컵을 건넸다. 안을 보니 앞서 두 사람에게 건넨 것과 똑같은 사과즙이었다.

“…딱 한 번만 더, 제게 맡겨 주시겠어요?”

레오는 그렇게 말하고 건네받은 컵에 든 사과즙을 단숨에 마셔 버렸다.

악마들이 출몰하는 곳, 조금 전 아카네와 시로가 싸웠던 장소. 이번에는 그곳에 레오 혼자 서 있었다. 뒤에서 지원하기 위해 동료들이 인근의 높은 곳에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악마들과 가까이에서 싸우는 것은 이번에 레오 한 명뿐이었다.

『…정말 괜찮겠어? 꽤 위험하지 않아?』

작전 회의 중 아카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레오는 앞선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남은 악마들을 쓰러뜨리자고 다시 제안했다.

…하지만 완전히 똑같은 작전으로 맞서면 아무리 악마들이라도 눈치챌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레오 혼자 악마들을 방심시킨 뒤 끌어들이는 역할을 맡고, 나머지 모두가 뒤에서 일제히 공격하기로 했다.

앞선 작전에서 동료들을 다치게 한 데 대한 책임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했다.

“…왔어요! 악마들이 그쪽으로 향하고 있어요! 레오 씨, 조심하세요!”

머리 위에서 유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직후, 시선 너머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악마들이 기세 좋게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설령 쥐 모습을 한 악마가 있더라도…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을 거야!)

지팡이를 굳게 움켜쥔 채 그렇게 결심한 레오는, 다가오는 악마들에게 맞설 자세를 취했다.

레오의 가문은 퇴마사 가문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였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가문 사람들이 ‘대조모님’이라 부르는 인물에게 있었다.

그녀—레이야말로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퇴마술을 창시한 존재였다.

그 때문에 레오의 가문은 다른 퇴마사들에게도 남다른 인정을 받곤 했고, 그들 자신도 그런 시선을 받는 존재라는 책임감과 자각을 지니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하지만 레이는 레오에게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지었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아홉 개의 꼬리를 우아하게 살랑거리며, 정원에 핀 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런가요?”

아직 어렸던 레오가 그렇게 되묻자, 레이는 그를 돌아보며 살며시 웃었다.

『책임감이나 의무감을 갖는 것만이 강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란다. 예를 들면…… 레오는 쥐를 무서워했지?』

“네, 네…….”

레이의 말에 레오는 미안한 듯 귀를 축 늘어뜨리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레이는 그런 레오의 머리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말했다.

『약한 면이 있다는 건 나쁜 일이 아니란다. 하지만 지위나 책임 때문에 반드시 그 약함을 극복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몰아붙인 끝에 얻는 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해.』

레이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레오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후손의 모습이 귀여웠던 것인지, 레이는 입가를 손으로 가린 채 작게 웃었다. 그리고,

『자신의 약함을 극복하는 데 지위나 책임 같은 건 아무 상관 없단다.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 누구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지. 혹은—누구를 위해 싸우는지.』

『바로 그런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강함을 손에 넣는 데 가장 중요하단다. 그러니 레오, 네가 쥐를 무서워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어. 다만 정말 지키고 싶은 사람이나 돕고 싶은 사람이 생겼을 때는… 그때만큼은 이겨 내렴.』

그 직후, 쥐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가오는 악마 무리 사이로 쥐 모습을 한 악마가 언뜻 보였다.

레오는 자신도 모르게 한 발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레오는 그 자리에 버티고 서서—악마들을 맞아 싸웠다.

“…무사히 끝난 것 같아. 이번 일로 이 주변에 있던 악마들은 전멸했습니다.”

클로에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주변을 순찰하던 박쥐의 보고를 받고 한 말인 듯했다.

그 보고를 들은 모두가 한목소리로 기쁨의 환호를 올렸다.

그 가운데 레오는 작전이 잘 끝났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제법인데, 레오! 역시 남자애답네!”

“쥐 모습을 한 악마가 있었는데도 용케 도망치지 않았네.”

“이번에는 레오 씨의 공이네요!”

동료들이 그런 말을 건네는 가운데, 레오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확실히 부모님이—무엇보다 대조모님이 말씀하신 그대로였다.

이런 용기를 언제나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용기’를 내어…… 지키고 싶은 사람과 돕고 싶은 사람을 위해 두려움을 이겨 내려 한다면, 분명 잘해낼 수 있으리라고.

레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앞으로는 조금씩이라도 이 ‘용기’를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시 한번 마음먹었다.